올리브's 잡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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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가든



지리산 종주를 하다

성삼재-노고단-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법계사-중산리
25km가 넘는 산행을 했다. 2박 3일동안!
20대 여자 둘이서 ^^

바다가 엎어지면 코닿을데에 있는 곳에 사는지라
바다보다는 산이 왠지 끌리고 좋았지만
수학여행때나 수련회가 아니고선
스스로 등산을 계획한 일은 없었다.
산을 좋아하지만 등산경험은 별로 없어서
스스로 못미덥고 걱정되기도 했다.

친구가 짠 계획을 따라 무작정 새벽부터 부산으로 갔다.
부산에서 구례행 버스를 타고 배낭엔 삼각김밥을 잔뜩 넣은채
친구와 이야기 꽃을 피우며 도착했다.
뼈다귀해장국 한그릇씩 비우고 성삼재행 버스를 탔다.

그 버스에서 만난 아저씨들과 인연이 되어
노고단에선 야채쌈도 얻어먹고
저녁땐 연하천 대피소에서도
맛난 것들 많이 얻어먹고 좋은 얘기도 들려주셨다.ㅎㅎ

2박 3일동안 가장 힘들었던 코스라면...
성삼재-노고단일거다.
배낭도 가장 무겁고 시멘트로 닦은 길을 뙤약볕 아래에서
걸어야 해서 금방 처졌다. ㅠ

하지만 노고단을 돌고난후
세차게 불어주는 바람에 힘을 얻어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벽소령에 예약했지만
묻는 사람마다 모두 오늘은 거기까지 가기 힘들거란 얘기에
연하천까지 가게 됐다.

생각보다 내리막길이 많았다.
처음엔 힘이 넘치니 통통 뛰어다녔다. 허나 체력은 금방 고갈 ㅋㅋ
그래서 그날 산행 중반부턴 내 몸의 반응에 귀기울여 가며 걷기 시작했다.
분명 오르막, 내리막 많을 것이고 천왕봉까지
가는게 쉽지 않으리라..체력을 비축해둬야지!

내리막에선 무릎을 최대한 아끼고
오르막에선 허벅지근육을 아꼈다.
쉴때도 내가 쉬고싶을때 마다 잠깐씩 자주 쉬어줬더니
쉽게 지치지도 않고 물을 많이 안먹고도
첫날 연하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트레칭과 붙이는 파스 필수!
친구와는 이미 거리가 상당히 격차가 나있었다.

첫날은 이래저래 신기한 산장에서 따뜻하게 잠을 잤고
성삼재행 버스에서 만난 부산아저씨들과는 작별을 했다.

둘쨋날부터가 본격적인 산행인것 같았다.
로터리 대피소는 너무 무리일거 같아 예약 취소한 상태이고
연하천에서..최소한 세석까진 가야했고..
장터목은 항상 붐비는 곳이라 엄두를 못냈다.
대피소 예약이 안된 상태에서 이래저래 불안한 맘으로 길을 나섰다.

하지만 일출을 보려면
장터목에 꼭 가야했기에
무작정 장터목까지 가기로 친구와 합의하고 걷기 시작했다.
가장 볼게 많은 코스가 벽소령~세석~장터목인것 같다.
바위, 철쭉,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 구름바다, 끝도 안보이는 산봉우리들

오가는 사람들과 안녕하세요..인사하며
서로의 간식을 교환하고
간단한 신상명세를 파악해가며 심심하지 않은 산행을 했다.

세석까지 가는데서 만난 대전에서 온 직장인 남자분 (훈훈한 다정남)
진주에서 오신 등산 베테랑 아저씨들 (김밥 얻어먹음)
고향이 같은 사나이 셋(장터목에서 라면, 밥 얻어먹고 우리와 놀아주심ㅋ)
혼자 전화도 돈도없이 카드하나랑 배낭만 달랑 들고 오신 아주머니
은행 지점장 출신의 아저씨 세분 (나를 유부남과 계속 엮으려 하심ㅋ)

그리고도 아주아주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근데 그 많은 사람들 중 기억에 남는 두 남자가 있다.

서울서 오신 기혼남이신데
나머지 정보는 하나도 모르고 빨간 배낭에 연두색 모자를 쓰고 다니시며
말없이 조용히 묵묵히 걸으시는 분이었다.
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20대 아가씨인 우리에게
다른 남자들처럼 관심가지며 먼저 말걸거나 하는 법도 없고
묻는 말에만 성실히 답해주시던 분.
근데 그분의 그런 말과 행동과 걸음에서
그분의 성품까지 다 묻어나왔다.
뭐랄까 약간 고고한 분이랄까...^^
나랑 등산하는 페이스가 잘 맞아서
한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비슷한 속도로 걸었다.

그리고 한분은
부산서 오신 미혼남이신데
신기하다.
천왕봉에서 한번
로터리 대피소에서 쉬면서 한번
중산리에서 한번
이렇게 마지막 3일째 되는날 세번이나 마주친 분이다!
우리와 나이차이도 크게 안나고
부산까지 직접 차로 태워주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제법했다.
호남형 얼굴에 솔직하고 꾸밈없고 조금 거친 매력이 있는 분이라 생각했다.
혹시 부산에 갈일 있으면 감사의 인사 하러 가고싶은 분

둘쨋날도 다행히 장터목에서 자고
새벽한시에 깨서 쪽잠을 자다가
세시반부터 천왕봉으로 고고~

그간 내가 체력비축해둔거 아낌없이 써가며
깜깜한 새벽에 그곳을 올랐다.
선명한 일출은 보진 못했지만
인상깊었다.
사진한장 남기지 못해 아쉽긴하다.

그리고 장터목부터 끝없는 바위내리막길.
화계사에서 다람쥐와 탑구경을 하고
불전함에 남은 현금을 털어 넣고
로터리대피소 도착!

마지막 쉼터라 생각하고 다시 한번 몸을 풀고
커피한잔 얻어마시고
중산리로 고고~
그러나...돌아가는 길로 잘못 든데다가
친구와 격차가 많이나
계곡에서 발담그다 낮잠도 자고ㅎㅎ
하산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있었다.

지루한 평지길은 걷기도 그렇고
몸도 지치고 해서
달려가서 법계사 셔틀을 타고 중산리에 도착.

로터리에서 커피주셨던 분이 계셔서
차 얻어타고 부산까지 오면서 밥도 먹고 얘기도하고~
그분은 잊지 못할거 같다 ㅎ (김장봉투, 커피)

그리고 부산역에 가면서
dvd 두장 구입 (잉글리쉬 페이션트, 음식남녀!!)
영등포역까지 무궁화호 씽씽~
국대때 걸었던 길은 거의 기억이 안나고...
하긴 5년전이니 ㅠ

서울 도착해서 이래저래 일보고 다시 집으로 ^^

아아
2박3일간 참 많은 일이 있었군.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나에게 좀더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에게도 끈기와 근성도 있고
친근감이나 붙임성도 은근 숨겨져 있다는걸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리산이 굉장히 나를 품어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수많은 바윗길에서 부상한번 없이
아름다운 경치를 다 보여주고
일출까진 허락하지 않았지만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게해준 그곳.

다른 산은 모르겠는데
지리산은 종종 가게 될것 같다.
좋아하는 곳이 될거 같다.

그런데 하산하고 나니
뭐랄까 꿈에서 깨어난듯한 기분?
그런데 좋다 그 기분이.
행복한 꿈을 2박 3일 내내 꾼것 같다


다음번에 가을쯤 혼자 한번 출발해봐야겠다 ^^
또 좋은 인연들을 만나보고
좋은 기운 받고 돌아오게..!

산이 좋다.
어쩌면 새로운 취미가 될것 같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도 좋다.
다시 산에 갈때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리고 또 나를 품어주는 그곳에 가야지.
지리산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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